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조직이 강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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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12-26 21:07 조회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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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조직이 강한 이유
'휘슬블로어(Whistle Blower)', 즉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 조직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알리는 사람을 뜻하는 이 용어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복잡합니다. 머리로는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조직의 배신자"라는 감정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내부고발자들은 신고 이후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신분 보장을 요청해도 실제 보호 조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고, 설령 법적 보호를 받는다 해도 승진 누락, 업무 배제, 왕따 등 보이지 않는 보복이 계속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부고발은 조직을 위한 선물이다
역설적이게도, 내부고발이 활발한 조직이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합니다.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여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글로벌 IT 기업은 "내부고발자는 회사를 공격하는 사람이 아니라, 회사를 구하는 사람"이라는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익명 신고 시스템을 통해 연간 수백 건의 제보가 들어오고, 작은 문제들을 큰 위기로 번지기 전에 해결합니다.
권익위원회 통계를 보면, 부패신고 이첩 사건의 50.8%가 내부 신고에서 나왔습니다. 외부 감사나 언론 제보보다 내부고발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입니다. 조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내부 구성원이며, 그들의 문제의식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정확한 조기경보 시스템입니다.
보호받는 내부고발자, 강한 조직을 만든다
내부고발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첫째,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어야 합니다. 한 금융회사는 외부 변호사를 통한 대리신고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신고자의 신원이 회사에 전혀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신고 내용의 위변조를 방지하면서도 신고자의 익명성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둘째, 보복 금지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합니다. 단순히 "보복하지 말라"는 규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제조업체는 내부고발 이후 신고자에 대한 인사 조치(승진, 배치전환, 평가 등)가 있을 때마다 준법감시인이 직접 검토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우연의 일치"처럼 보이는 불이익도 철저히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셋째, 보상과 인정이 따라야 합니다. 일본의 공익통보자보호법은 내부고발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한국의 한 공기업은 내부비리 신고로 회사 손실을 막은 직원에게 'CEO 청렴상'을 수여했습니다. 내부고발을 '배신'이 아닌 '헌신'으로 인정하는 문화를 만든 것입니다.
신뢰의 선순환, 윤리경영의 완성
내부고발자 보호는 단순히 개인의 인권을 지키는 문제가 아닙니다. 조직의 자정 능력을 높이고, 구성원 간 신뢰를 구축하며,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시스템입니다.
한 ESG 평가 전문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부고발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회사는 ESG 등급이 높습니다. 문제를 숨기지 않고 스스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투자자들은 기업 실사 시 내부고발 제도의 실효성을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2025년, 용기를 보호하는 조직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기업들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조직에서 누군가 잘못된 것을 보았을 때, 편하게 말할 수 있는가?"
"내부고발자에게 '당신 덕분에 회사가 더 나아졌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가?"
"우리는 목소리를 낸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낸 사람을 문책하고 있는가?"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조직은 강합니다. 구성원들이 침묵하지 않고, 문제가 작을 때 해결되며, 외부의 폭로가 아닌 내부의 개선으로 위기를 넘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조직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옳은지' 스스로 돌아보는 윤리적 긴장감이 살아 있습니다.
우리 조직의 윤리경영 수준을 점검할 가장 좋은 지표는 화려한 CSR 보고서가 아닙니다. 바로 "우리 조직에서 누군가 용기 있게 목소리를 냈을 때, 그 사람은 보호받고 존중받는가?"입니다.
내부고발자를 두려워하는 조직은 약하지만, 내부고발자를 환영하는 조직은 강합니다. 그리고 그런 조직만이 진정한 윤리경영을 실현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2025년 연말을 맞아, 내부고발자 보호가 왜 윤리경영의 핵심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윤리경영 칼럼 / 2025년 12월
세종윤리연구소
최보인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