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의 틀을 바꾸며, 윤리의 문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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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9-02 10:01 조회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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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의 틀을 바꾸며, 윤리의 문을 열다 

 

오랜만에 만난 한 후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이제는 법이 사람보다 먼저 윤리를 말하는 세상인 것 같아요. 그 말이 가슴에 깊이 꽂혔습니다. ‘드디어 우리 사회도 윤리를 외면할 수 없는 시대로한 걸음 다가가고 있구나’그 순간마음속에서 조용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는 올해 발표된 상법 개정안을 언급하며지배구조를 바꾸라는 메시지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윤리적 전환’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그의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었습니다지금의 상법 개정은 기업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윤리경영의 제도화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윤리경영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다

이번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며, ‘다중대표소송제’와 3% 룰’을 강화하는 것입니다이는 조직의 리더들이 단지 기업에만 충실할 것이 아니라이해관계자 전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구조적 요구입니다윤리경영은 이제 선의에 기대는 실천이 아니라법적이고 제도적인 책무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윤리는 기업 이미지의 문제’로 취급해 왔습니다하지만 이제는 의사결정 구조 자체에 투명성과 공정성그리고 책임 있는 리더십을 요구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우리 이사회는 외부에는 윤리적인 척하지만실제로는 오너 일가가 결정 다 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윤리는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 작동 원리다

문제는 제도가 도입됐다고 윤리경영이 저절로 실현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전자투표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해서 주주의 신뢰가 저절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독립이사를 임명했다고 해서 그가 진짜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도 아닙니다윤리는 감시의 대상이 아니라조직을 움직이는 작동 원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상법 개정은 기업들에게 묻고 있는 셈입니다.

“당신의 조직은 책임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가?

“권력은 감시를 통해 견제되고 있는가?

“이해관계자들은 당신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에 진지하게 답하지 않는다면기업은 언젠가 법의 문턱이 아니라 신뢰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기업의 윤리성을 “이 회사법은 잘 지켜요?”라는 질문이 아니라“이 조직은 어떻게 책임지고 있나요?” “누구를 위해 의사결정 하나요?”라는 질문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그리고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기업만이앞으로의 신뢰 사회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결국 윤리경영이란조직의 힘이 누구에게 책임지는지를 묻는 구조의 이야기입니다상법은 바뀌었고이제 남은 건 우리의 태도입니다. 

                                                                                                                                                                                                                  

윤리경영 칼럼 / 2025년 8월

세종윤리연구소

최보인 박사​